삼성금융의 약진, 은행 없이도 시장 1위

2025년 03월 07일 by 트리비아인포

    삼성금융의 약진, 은행 없이도 시장 1위 목차

삼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마 대부분이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삼성전자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 시장에서 삼성은 또 다른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은행 없는 금융 제국'으로 불리는 삼성금융의 놀라운 성장입니다. 한때 삼성그룹의 약점으로 평가되던 금융 부문이 이제는 국내 금융 시장의 판도를 흔들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금융은 어떻게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을까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삼성금융의 역사와 성공 비결,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삼성금융의 약진, 은행 없이도 시장 1위
삼성금융의 약진, 은행 없이도 시장 1위


1. 삼성금융의 역사: 금융 제국의 시작

 삼성그룹의 금융 사업은 1958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던 시기로, 삼성은 일찍이 금융 산업의 중요성을 간파했습니다. 1963년에는 동방생명(현 삼성생명)을 설립하며 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죠.

 

 당시 한국의 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였습니다. 삼성은 이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삼성생명은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1980년대에는 이미 업계 선두로 올라섰고,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의 장기적 안목과 전략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삼성은 금융 부문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1982년 삼성증권을 설립하여 자본시장에 진출했고, 1988년에는 삼성카드를 설립하며 신용카드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이로써 삼성은 보험, 증권, 카드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 이건희 회장은 늘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왜 삼성전자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금융회사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였죠. 이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과 혁신성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삼성이 꾸준히 금융 사업에 투자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는 경제 위기 시에도 그룹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삼성금융은 더욱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핀테크 기술을 적극 도입했고,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습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갔습니다.

 

 이런 오랜 노력과 전략적 투자가 쌓여 오늘날 삼성금융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은행 금융그룹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삼성금융은 국내 금융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됩니다.


2. 은행 없는 금융그룹, 5대 금융지주를 넘어서다

 2024년, 삼성금융은 국내 금융 시장에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습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합산 순이익이 무려 5조 9007억 원을 기록하며 KB금융, 신한금융 등 전통적인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을 모두 뛰어넘은 것입니다. 이는 금융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금융에는 은행이 없다는 것입니다.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들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막대한 이자 수익 덕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삼성금융은 보험·증권·카드 등 비은행 부문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는 기존 금융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드는 결과였죠.

 

각 계열사별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 삼성생명: 1조 895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 전략이 주효했고, 특히 외환 거래 이익 증가와 적극적인 투자로 투자 손익이 크게 늘었습니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장기 보장성 보험의 미래 이익을 현재 이익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 것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습니다.
  • 삼성화재: 1조 8184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건강·질병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고, 투자 손익도 전년 대비 101%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채널을 통한 판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비용 효율성도 개선되었습니다.
  • 삼성카드: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통해 연체율을 낮추고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특히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건전성 관리에 성공했고, 모바일 플랫폼 강화로 젊은 고객층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 삼성증권: 어려운 증시 환경 속에서도 899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자산관리(WM) 부문 강화와 해외 주식 거래 플랫폼 개선으로 수수료 수익을 늘렸고, 안정적인 투자 전략으로 자기 자본 투자 수익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운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과 혁신 덕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금융은 각 계열사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도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은행 없는 금융그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성과는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은행이 주도해 온 금융 시장에서 비은행 금융그룹의 약진은 향후 금융 산업의 지형도가 크게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 은행의 이자 수익 의존도가 높은 금융지주들보다 비은행 금융그룹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성공 비결: 장기 전략과 혁신

 삼성금융이 이처럼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장기 보장성 보험 중심 전략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 보장성 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했습니다. 이는 고객에게 안정적인 보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보험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이러한 전략은 더 큰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IFRS17에서는 장기 보장성 보험의 미래 예상 이익을 현재 가치로 인식할 수 있게 되어,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삼성생명은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전략으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사회 트렌드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였습니다. 삼성화재 역시 건강·질병·자녀보험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시장의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2) 효율적인 투자와 비용 관리

 삼성생명은 외환 거래 이익 증가와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투자 손익을 크게 늘렸습니다. 특히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우량 회사채와 신흥국 국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여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습니다.

 

 삼성화재 역시 투자 손익이 전년 대비 101%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대체투자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었는데,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물류센터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가 주효했습니다.

 

 또한, 삼성카드는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비용 효율화를 통해 경쟁사 대비 낮은 이자 비용 증가율과 연체율을 유지하며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정교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대출 심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선제적인 연체 관리로 건전성을 유지했습니다.


3) 전문 인력 육성과 조직 개편

 최근 삼성금융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금융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와 조직 개편입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출신 인사들이 금융 계열사의 주요 직책을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그룹 내 인재 순환 배치의 일환이었지만, 금융 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은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경쟁력 TF'를 거친 금융 전문가들을 중용하며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금융경쟁력 TF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금융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태스크포스 팀으로, 금융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발맞춰 핀테크와 디지털 금융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내부적으로도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삼성증권은 온라인 플랫폼 개선과 디지털 자산관리(WM)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삼성카드 역시 모바일 플랫폼 강화와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통해 젊은 고객층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조직 구조의 개편에 그치지 않고, 삼성금융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초석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삼성금융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금융의 약진은 단순히 숫자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동시에, 비은행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험, 증권, 카드 등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며 은행 없이도 5대 금융지주를 넘어선 삼성금융은 이제 한국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혁신과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핀테크 기술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필수적이며, 해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적 제휴와 현지화 노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이 더 이상 '전자'만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제는 '금융'에서도 그 이름값을 증명하고 있죠. 앞으로도 삼성금융이 어떤 새로운 길을 열어갈지 기대하며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