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소주' 두꺼비, 영광과 몰락의 드라마: 진로그룹 흥망성쇠 스토리

2025년 03월 05일 by 트리비아인포

    국민 소주' 두꺼비, 영광과 몰락의 드라마: 진로그룹 흥망성쇠 스토리 목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록색 병에 그려진 친근한 두꺼비 캐릭터를 기억할 겁니다. 한때 대한민국 소주 시장을 평정했던 '진로'의 상징이었죠. 1924년 시작해 30여 년간 소주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온 진로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19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모한 사업 확장과 과도한 부채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재벌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진로그룹의 흥망성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진로그룹 흥망성쇠 스토리
진로그룹 흥망성쇠 스토리


1. 두꺼비, 국민 소주로 우뚝 서다

 진로의 역사는 1924년, 장학엽 회장이 평안남도에 설립한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됩니다. 6.25 전쟁 이후 서울로 올라온 장학엽 회장은 1954년 서광주조를 설립하고, 드디어 우리에게 친숙한 '두꺼비 진로'라는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1960년대, 진로는 삼학소주와 함께 주류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성장하며 입지를 다져나갔고, 1967년부터는 삼학소주의 매출마저 뛰어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 12월, 마침내 진로는 소주 시장 1위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쥡니다. 이후 '두꺼비 진로'는 국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경기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현금 창출 기계'로 불렸습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진로의 성공 신화는 계속되었고, 1988년, 36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에 오른 장진호는 그룹의 사업 다각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구도 진로그룹의 몰락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2. '탈(脫) 주류' 선언, 무모한 사업 다각화의 시작

 장진호 회장은 취임 직후,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탈(脫) 주류' 선언을 합니다. 주류 사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유통업 진출 등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죠. 1988년 당시 9개였던 계열사는 1996년 24개로 늘어났고, 그룹 총매출은 1987년 4,100억 원에서 1996년 3조 5,000억 원으로 무려 8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진로그룹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재계 순위 19위까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진로는 계열사들에 출자금,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2조 원 이상을 지원했지만, 정작 신규 계열사들의 경영 성과는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995년, 진로인더스트리즈의 부채비율은 무려 6만%에 달했고, 진로쿠어스맥주와 진로건설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그룹 전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3. IMF 외환위기, 두꺼비 왕국의 몰락

 1997년,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진로그룹의 취약한 재무 상황은 외환위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진로그룹의 자기 자본비율은 고작 4.3%에 불과했고, 결국 1997년 396억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 처리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1998년 9월 기준으로 (주)진로가 계열사에 지원한 금액은 총 2조 1,952억 원에 달하며, 그룹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렸습니다.

 

 결국 진로그룹은 1998년 3월, 핵심 계열사인 (주)진로와 (주)진로종합식품 등 6개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에 이릅니다. 이후 맥주사업을 OB맥주에, 위스키사업을 페르노리카에 매각하는 등, 그룹은 뿔뿔이 흩어지며 해체되는 비운을 맞이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꺼비 왕국'의 몰락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4. 하이트진로, 새로운 시작과 교훈

 2003년, 은행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또다시 부도를 맞은 진로는 법정관리를 거쳐 2005년 4월, 하이트맥주에 인수됩니다. 당시 하이트맥주는 3조 4,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진로를 품에 안았고, 이로써 국내 주류 시장의 거대한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됩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결합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010년에는 두 회사가 합병, 2011년에는 사명을 '하이트진로'로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진로그룹의 몰락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의 위험성, 재무건전성 관리의 중요성, 그리고 기업의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입니다. 진로그룹의 흥망성쇠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경영 교훈을 제공하며, 건전한 재무구조와 핵심 역량에 대한 집중, 그리고 신중한 사업 확장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꺼비 진로'의 영광과 몰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성공에 취해 위험을 간과하고, 무리한 욕심을 부린다면, 아무리 굳건해 보이는 기업이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진로그룹의 역사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